소년, 현실로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J. 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동녘/ 2002년/ 302쪽/ 8,000원



여기 현실로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은 한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아직은 철없는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또 아직은 자신의 환상세계와 작별을 하지 못한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직은 현실 속에 초대를 받지 못한 우리들 일부의 이야기이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현실세계로부터 작은 초대장이 발송된다. 이 초대장은 너무나도 작아 쉽게 알아차릴 수도 없을 정도이지만, 이 초대장을 열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생애 최고의 달콤하고 황홀한 기분에 순간 휩싸이게 된다. 달콤함과 황홀함의 저 먼발치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고통을 뒤로한 채 자신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에 젖고 마는 것이다.
“자, 이제 현실세계로 가시겠습니까?”
설령 이러한 초대장의 물음에 부정의 뜻을 내비친다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끝내는 현실세계로 소환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그리고 ‘부정’이 아닌 ‘절대 부정’으로 버틴 사람들은 피터팬과 같이 환상의 네버랜드 속에 살아 숨쉬게 된다.

브라질의 국민 작가, J. M. 바스콘셀로스의 역대 최고 성공작인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1968)는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살아가던 한 소년이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현실세계로의 발걸음을 내딛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다섯 살의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인 제제. 제제는 지나친 장난으로 인해 부모님과 어른들로부터 늘 혼이 나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성숙하고 남다른 영리함을 가지고 있는 아이이다. 또 호기심이 많은 제제는 늘 세상에 대한 물음을 내던지고 깊게 생각을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물음에 대답을 해주며 자신을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란 아무도 없다.
세상으로부터의 차가운 무관심과 냉대. 그리고 이러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은 어른들로부터 멀어진 제제는 이윽고 자신만의 환상세계에 그 안식처를 만들게 된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자신과 꼭 닮은 친구,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슈르르까)와의 소통으로 말미암아 현실세계에서 하지 못한 사람들과의 소통을 환상세계에서 주고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을 이해해주고 보듬어준 뽀르뚜까와의 만남과 이별을 통해, 현실세계에 한 발자국 자신을 내딛게 되고 환상세계의 또 다른 자신인 밍기뉴와 작별을 고하게 된다.

제제와 같이 소년들은 ‘미지와의 조우’를 한다. 여기에서 소년들의 미지란, 바로 현실 그 자체를 뜻한다. 오히려 소년들에겐 환상 속의 세계가 바로 현실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에 신비스럽고, 또 정복하고픈 모험심에 가득 차게 되는 그 곳이지만 사실은 그렇기에 조심스럽고 두려운 것. 그것이 바로 미지이고 지금의 현실세계이다.
이러한 제제의 현실세계로의 초대장은 밍기뉴가 아닌, 바로 뽀르뚜까였다. 제제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준 한 사람. 제제와의 소통이 가능했던 단 한 사람. 바로 뽀르뚜까가 아니었던가. 제제의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는 단지 제제의 환상 속 현실세계의 한 부분으로 제제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자신과 자신의 소통에서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을 배운 제제. ‘뽀르뚜까’라는 현실세계로의 초대장은 너무나도 꿈같이 아름답고 달콤하였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제제에게 크나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 주기도 하였다. 현실이란 바로 뽀르뚜까와의 만남과 이별, 그것과 꼭 닮은 그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현실로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이해와 더불어 작지만 큰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철이 든다는 것은 소년들의 미지와의 조우, 현실세계로의 초대장,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배우는 그 것 모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질문을 해본다.
소년, 현실로의 작은 발걸음이 이제는 조금 가벼워졌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 Category_ 예술·정보·리뷰·기사 외 | 2008/10/16 13:39

TRACKBACK :: http://www.ulaan.net/trackback/144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 205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05)
글·생각·소식 (31)
KOICA MONGOLIA (112)
대한민국 국회도서관 (11)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 (1)
국제기구·ODA·해외원조 (5)
NGO·사회적기업 (3)
도서관·문헌정보학 외 (8)
학문·정보 (6)
예술·정보·리뷰·기사 외 (26)

달력

«   2012/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Statistics 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