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기분이 계속해 침체기로 치닫고 있었다.
그러다 이윽고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좋지 않은 꿈을 꾸자, 참으로 신기하게도 몸마저 시름시름 아파오게 되었다. 그야말로 컨디션이 제로도 아닌 마이너스의 상태.
하루종일 어두운 방안에서 침대에 누워 정신없이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하였다. 사실 꾸역꾸역 먹을 것을 먹고 실컷 외화를 보다가 자고 일어나면, 신기하게도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나이거늘, 좀처럼 다운된 기분은 되돌아오지를 않았다. 엉망인 방을 바라보다 엉망인 방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치우는건 귀찮고도 싫고해서 그대로 계속해 폐인인 상태로 있었다. 밀려버린 설겆이도, 빨래도, 하다못해 방청소 마저도 마다한채 멍하니 하루를 보내고나니, 어느덧 일요일 오후였다.
약속이 있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섰다. 지난주만해도 눈이며 우박이며 몹시도 춥던 날씨가 다시금 초여름의 무더위로 바뀌어있었다. 어지러울만큼 강렬한 햇빛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지면서도 기분이 나른해졌다. 무료한 기분. 주위에서 들려오는 몽골어며 영어며 귓바퀴에서 머물다 어느덧 알수없는 외계어가 되고, 나는 넋을 놓은채 터벅터벅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나누는 이야기마저도 자꾸만 내 귓가를 빠르게 스쳐지나가버려 도무지 그 어떠한 것에도 집중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봉투에 담긴 작은 바게뜨 하나와 초코바나나잼, 토마토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내가 왜 이것들을 샀는지도 잊어버렸고 말이다.
나는 지금 이런 상태다.
생각 자체가 되질 않는.
넋나간.
혼이 빠진.
머릿속이 마치 무중력의 상태가 된 것 같다.
200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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