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
생각해보면 그렇다. 언제부터였는지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다른 이들이 흔히들 말하는 쉬운 길이란 곳에서 벗어나, 남들이 가지도 않고 또 나아가는것조차 힘이 든 그런 굽이지고 좁다란 길을 이러한 여정의 끝도 모른채 힘겹게 나아가고만 있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나를 보면 늘상 쉬운 길을 두고 힘들게 돌아간다며 핀잔을 준다.
부정하진 않겠다. 나에게도 쉬운 길이란게 있었고, 선택의 여지 또한 있었으며, 더불어 그 길로 한번쯤은 나아가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타고난 천성 때문인건지, 후천적인 못된 취향 때문인건지 그 쉬운 길이란건 늘상 나에게있어선 그 어떠한 흥미도 맛도 없어 이내 입에 넣었다 뱉어버리고 마는 그런 떨떠름한 무의미한 존재들이곤 했다.
임용이라는 길이 그러했고, 사서공무원이라는 길이 그러했다. 또 어딘가의 정규직 사서라는 길도 그러하였으며, 하물며 최후의 보류였던 일반 기업체의 한 회사원이라는 길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 사실상 난 몽골에 다녀오기 전까진 그리 확고한 목표도 없는, 혹은 있어도 뜬구름 잡는 식의 그렇고 그런 어중간한 지향점의 방황 청년들중 하나였던 것이다.
한번쯤 인생에서 삐딱선 아닌 삐딱선도 타봤었고, 대단히 똑똑하고도 앞날이 창창한 학생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만큼의 칭찬의 칭찬을 거듭 받았던 그런 학생이었던적도 있었다.
너무나 착하고도 순수해 어디 내놓으면 누가 나쁜 해코지라도 할까 노심초사했던 맑고 맑은 아이였던 적도 있었고, 너무나도 모가 나고 못된대다 악랄하기까지해서 세상에 어디 저런 독하고도 인정사정없는 놈이 다 있을까라며 거센 손가락질 받던 때도 있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거라면 잠시 고민하다 사고 싶은걸 다 사버릴 정도로 돈 걱정이란걸 모르고 편하게 살던 때도 있었고, 한 그릇의 점심값. 그것도 노량진의 후미진 식당가에서의 그 푼돈이 없어 500원짜리 빵 한 조각도 제대로 못사먹으며 주머니 속 차비만을 만지작거렸었던 적도 있었다.
감히 난 그런 일따위는 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치켜들고 들어오는 일자리들을 마다하던 때도 있었고, 자존심이고 뭐고 다 구기며 돈 몇 푼에 억지로 일을 시작해 매 출근길마다 울음을 삼켜야했었던 적도 있었다.
이보다 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많으나 이를 굳이 다 말하지 않아도, 나이에 비해 아직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꽤나 경험하였으니, 그만큼 생각은 거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 몸과 마음도 힘이 들다못해 지칠 수 밖에 없었고 말이다. 따라서 그렇기에 스스로도 혼란스러울만큼 많은 생각들을 하였으며, 또 그래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도 다시금 체감해와봤건데, 나는 적어도 내가 인생을 사는데 있어 그 어떠한 후회따위는 없어야된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있어 그 어떤 누구에게건 부끄럽지는 않아야 된다고도 생각을 한다.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지 그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며, 다른 이들에게 있어 필요이상의 영향력을 받아 휘청일 이유도 없는것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니까 말이다. 이렇듯 적어도 자기의 기준으로 옳다고 생각한, 행복하다고 생각한 그 길대로 인생을 살아가는게 나름의 답이라면 답이 아닐까.
적당히 자리를 잡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그런 아이를 기르고, 그렇게 노년을 맞고. 그 하루하루가 값진 것이고 행복한 것이라면 그건 그 사람 나름대로의 매우 멋진 삶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나 삶의 가치는 그런것들과는 조금 동떨어져있음을 매순간 느낀다.
그렇기에 일단은 내가 가고보 싶은 길로, 내가 살고픈 방향대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했다. 이미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들은 적어도 내가 선택했던 순간들은 아니었고, 내 행동의 결과 때문은 아니었기에 스스로를 다시금 굳게 믿기로 한 것.
무엇이 되고 싶은지보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지,
어떻게 인생을 살아왔는지보다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아닌, 내가 생각한 나의 이상과들의 비교에서 나는 과연 얼마만큼 이겨낼 수가 있을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그렇다고 난 생각하고 있다.
비단 이것은 나 뿐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이 속에서 자신들만의 소중한 무언가를 찾으려 한번쯤은 노력을 해봐야하는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두렵지만 두렵지 않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1년, 2년 시간이 흐를수록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또 나와는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갔던 사람들이 다시금 되돌아 와 숱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두려움에서 더이상은 그 두려움이 커지질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물며 때로는 이렇게 인생을 사는게 옳은것이라며 열렬한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내 인생에 대한 확신은 더욱더 커져만 간다.
그렇기에 이제는 다른 말로 바꾸련다. 쉬운 길을 돌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옳은 길을 어렵지만 곧게 나아가고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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