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집을 많이 읽었었다.
예이츠와 워즈워드, 그리고 블레이크를 사모했었다.

그리고 한때 동화책이 너무 좋았었다.
교생실습을 나가서도 도서관 한편에서 온갖 종류의 동화책들을 꺼내 친구와 함께 읽어가곤 했었으니.

한때라.. 지금도 좋아하니 '한때'라는 단어와 '과거'형 어미는 지우도록 하자. 단지 지금은 읽지를 못하고 있을뿐, 이 모두를 사모하는 것은 여전하니까.

KOICA 유숙소엔 책들을 모아놓은 작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헤르만 헤세의 '고독하기'라는 시집을 찾았다. 내가 기억하는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 보다는 '수레바퀴 아래서'와 '유리알 유희', 그리고 '지와 사랑'으로 기억을 한다. 내 기준에서 그의 역작은 데미안이 아니므로.
아무튼 이 시집을 읽는데 문득 내가 자주 읽던 몇 권의 시집들이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이곳에 오기전, 후에 화물로 받을 물건들 속에 동화책과 시집 몇 권을 챙겨놨었거늘, 아무래도 아버지께서 빼신 모양이다. 나에겐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그 책들이 너무나도 목마르다. 하지만 집 한쪽 구석에서 뽀얗게 먼지가 앉은채 색이 바래지고 있겠지? 많이 읽어 표지가 떨어져나갈만큼 낡아빠진 책들보다도 먼지가 잔뜩 앉은채로 색이 바랜 구석진 책들이 늘상 더 처량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 내 책들이 그 짝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온다. 아끼던 책들만은 어떻게 좀 안될까?

참, 이 시집에 '책'에 관한 시가 한 편있다. 1연과 2연에서 헤세와 함께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헤세의 시는 구절구절 모두 다 멋지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너무나도 멋진 표현들이 곳곳에 숨겨져있다. 읽으면서 밑줄이 긋고 싶어지는걸 참느라 혼이 났다. 역시 그는 멋진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 헤르만 헤세

이 세상의 어떠한 책도
너에게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너를 살며시
자신 속으로 들어가게 할 것이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은 자신 속에 있다.
해와 별과 달이.
네가 찾던 빛은
바로 자신 속에 살고 있는것이므로.

오랜 세월 동안 갖가기 책에서
찾던 지혜가
페이지마다에서 빛을 발한다.
이제는 지혜가 너의 것이기에.
:: Category_ KOICA MONGOLIA/KOICA/사서/몽골 | 2007/09/1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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