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음으로 자주 글을 포스팅 할 수가 없음을 알린다.
조금 적어두고 기억해 뒀던 일들을 토대로 몇 가지 근황을 이야기 하자면...."
::: 이야기 하나, 월동준비
가을도 갔고, 겨울이 온지도 오래다.
이미 첫눈도 내려서(물론 작년엔 9월 초에 내렸지만) 이곳 몽골인들은 월동준비를 한다고 요즘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정작 나는 제대로 된 월동준비도 하지 못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걱정도 되고. 기관 사람과 부츠를 사기위해 돌아다녔으나, 3번 모두 실패로 끝나 '역시 난 까다로운건가'라 생각을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만 했던.
아무튼 다들 캐시미어에 부츠에 모자, 장갑 등등. 몽골인들도 델구르(가게)에선 북새통을 이루며 사재기중이다. 해는 점점 짧아져오고, 나도 이래저래 하루가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니 물론 그런 사재기를 이해는 하지만, 역시 가격은 좀 이해하기 힘들때도 있다. 어쨌든 지금 날씨가 이렇게 춥거늘, 한겨울은 도대체 어느정도란건지 살짝 걱정이 앞서는.
::: 이야기 둘, 공포의 집들이
집을 구하고 나면 한시름 덜거라 생각했다.
그래, 확실히 한시름은 덜었다. 그런데 말 그대로 한시름만 덜었을뿐 하는거 없이 바쁜 것은 여전하다. 계속 생활은 어딘지모르게 엉망. 하루가 살짝 어긋나 흘러가는걸 매일 느낀다. 무엇이 잘못된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할 여유시간도 결코 주어지지가 않는다. 참으로 이상하다.
그리고 스물거리며 다가오는 암흑의 구름. 그것은 집.들.이. 그렇다. 집들이의 압박도 꽤나 심하다. 몇 차례 초대받아 간 다른 단원들의 집들이는 굉장했기에.
[사진] 러시아 도서분류법, BBK
::: 이야기 셋, 러시아 도서분류법 BBK
러시아 도서분류법인 BBK(비비카, 베베카)를 번역하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몽골은 러시아의 영향을 꽤나 많이 받았는데, 도서관계 또한 예외는 아니였던 것이다. 따라서 몽골 도서관계는 러시아 도서관계와 거의 흡사하다고 볼 수가 있다. 이는 목록과 분류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물론 몽골 내에도 DDC가 들어와 있고 사용중인 곳도 있으나, DDC 22판이 아닌 21판을 사용중이며, 또 DDC를 사용하는 곳은 몽골 내의 대학도서관 몇 군데 뿐 거의 BBK를 사용하여 도서를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DDC 22판이 나온지 꽤 지났으나 21판을 사용하는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DDC 22판이 아직 몽골어로 번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러시아어에는 꽤나 능통한 그들이거늘 역시 이곳에선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를 중심으로한 제2외국어 교육이 성행해서인지 영어를 기초적으로라도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 없음을 다시한번 느낀다.(역시 내가 몽골어에 사활을 걸어야하는걸까?)
아무튼, 관장님과 부관장님 이하 부장직들 모두가 러시아 유학파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중 몇몇을 중심으로 BBK를 몽골어로 번역을 하셨다는데, 몽골어로 번역이 다 되지는 않아 도중에 러시아어 그대로가 섞여있기도 하다. 일단은 내가 BBK에 대해 알아야 자료를 분류할 수가 있기에 몽골어와 러시아어로 된 BBK를 한국으로 번역중에 있다. 몽골어는 이곳에서 한달을 배웠고, 이제야 겨우 생활 회화로 더듬거리며 돌아다닐 수 있는 몽골어 초급이거늘, 이른바 '번역'이란 거창한 작업 아닌 작업을 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물며 러시아어의 'ㄹ'로 모르는 내가 남한의 최신 러한사전도 아닌, 북한의 1954년판 로조사전을 뒤적거리며 번역을 하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물론 재미는 있다. 색다른 경험이고 말이다. 하지만 두꺼운 BBK 책 한권의 번역은 압박이 극심하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과연 언제쯤이나 대충이라도 한번을 훑으련지. 나중에 기념삼아 나홀로 번역서라도 낼까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얼굴에 걱정의 그늘이 잔뜩 진채.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전공서다보니 기본적 문법 지식이 얕아도 단어만으로 그럴싸한 번역이 가능하다는거다. 그러나 고급어휘가 많아 일일이 모든 단어를 다 사전에서 찾아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책 분류라는 것 자체가 어휘 하나(단어 하나)에 매우 민감하지 않은가. 분류는 정확해야하고, 또 세밀해야한다. 그래서 이러한 분류책의 번역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단어 하나를 두고도 몽한사전과 몽영사전, 그리고 로조사전을 두고 코워커(co-worker)와 탁상공론을 펼친다.
"이 단어, 'general'을 뜻하는거냐? 아니면, 'important'의 의미가 있는거냐?"
아무래도 굉장한 시간이 걸릴 작업일듯 싶다.
[사진] 오른쪽이 몽골의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비행사인 Gurragcha.
[이미지 출처] www.mongoluls.net/histim.shtml
::: 이야기 넷, 꼬꼬마 몽골어 실력
우리 도서관에는 다섯명의 부관장님이 있다.
그런데 그 중 한 분의 남편이 우리가 역사서나 신문, 잡지, 박물관에서 보는 세계에서 2번째 몽골인 우주비행사란다. 신기했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 당신 남편 알아요."
"...?!"
"박물관에서 봤어요."
"...!!"
"당신 남편 우주에 갔어요. 맞죠?"
"아아, 맞아요.(웃음)"
아직 나는 이런식의 대화만 가능하다. 언제쯤이면 하고 싶은 말들을 줄줄 할 수가 있는걸까.
그래도 무려 '갔어요'라는 과거형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했음에 뿌듯함을. '우주'라는 단어도 안다!
::: 이야기 다섯, 내 이름은 태양과 무지개. 그리고 별명은 생강
내가 구한 집의 주인댁 가족은 모두 4명이다.
경찰인 남편과 미용사인 부인, 그리고 경찰인 큰 아들, 아직 학생인 작은 아들.
이 부부는 늘상 함께 다니고 또 금술이 무척이나 좋아보이는데, 얼마전 책상과 커텐 등을 우리집에 들여다주러 왔을때도 다른 손님들과 같이 왔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서덩거(무지개)~"
알고보니 여주인이 나를 보른것이였다
내 몽골 이름은 '나라'로 태양이라는 뜻이다. 한국 이름이 기쁠 희에 뿌리 근으로 '빛의 원천'이란 뜻을 가지고 있기에 히시게 선생님이 지어주신 이름. 그런데 여주인은 나라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몽골에선 한국을 '서덩거스(설렁거스)'라 부르는데 뜻은 '무지개'란 뜻이다. 실제로 서덩거라는 이름이 있기도 하지만, 내 이름을 갑작스레 마음대로 바꾸어 부를줄은 전혀 몰랐기에 적잖히 당황했다. 그래도 여주인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덩거란 이름이 좋다고 계속 서덩거라 부른다.
그래서 난 몽골 이름이 2개다. 나라와 서덩거. 태양과 무지개라니.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이름들뿐이다.
참) 내 몽골식 별명은 '차강 가'. 생강이란 뜻이다.
우리 기수 8명은 모두 몽골식 별명이 있어 서로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는데, 몽골인들이 이를 보곤 상당히 당황스러워하는걸 자주 보았다. 이런식의 별명을 여기에선 지어부르지 않는건가?
여덟 야채? 생강, 마늘, 파, 옥수수, 양파, 호박, 배추, 감자.
::: 이야기 여섯, 재빠르게 KOICA 물품지원신청을!
KOICA에 물품지원신청을 했다.
전공 관련 사전과 서적 및 언어 사전 총 11권과 복사/스캔/프린터가 되는 레이저 복합기 1대(+토너 추가), 그리고 2.5인치 120G 외장하드와 4G USB까지 총 70만원이 훌쩍 넘는 돈.
일은 시작했는데, 없는게 많아 답답하고 시간낭비가 크다. 부디 이 모든 물품들이 모두 무사통과가 되어 빨리 물품이 도착해야할텐데 걱정이다. 기관장에게 물품지원에 관해 설명하는대도 무척 힘들었고, 또 서류도 한국어 서류에 몽골어 서류로도 만들어야해서 작문하느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짧은 시간내 한다고 고생해서 만든건데 부디 모두 통과가 되길.
아무튼, 국고의 돈이 이곳에 이렇게 쓰일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세금이 아깝지 않도록 충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살포시. 정말 물품지원신청서를 작성하는 내내 느낀 이 어깨의 무게감이란 참으로... (사실 무거우면서도 다행이라 생각했고 기쁘기도 했다. 힘든 이곳에서의 몇 안되는 숨구멍이고 도움이란 생각에)
::: 이야기 일곱, 무교인 나. 사람들이 자꾸만 종교를 넘겨주려하다
종교에 대해 많은 생각중이다.
정말 학문으로서, 종교로서 '성경'을 공부하고, 또 '불경'을 공부하는 것은 나만의 이기적인 생각인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로,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단순한 종교서가 아니라 참된 진실이고 또 참된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라 믿고 있으니까.
하지만 무교인 나로서는, 또 많은 책들과 학문의 기본 지식들을 접해야하는 사서로서의 나로서는, 학문과 종교적인 면으로서의 접근으로 성경과 불경에 큰 관심이 가지만, 역시 믿음으로썬 그렇지가 않으니 이를 어찌해야하는건지를 잘 모르겠다. 주위에 기독교인들이 많기에 한번씩 권유는 받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는걸까? 그리고 정말 단순히 '배운다'는 생각으로 성경과 불경을 배우는건 잘못된 생각이고 그들을 무시하는 행위인걸까?
물론 측근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을 했지만, 쉽게 마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배움과 지식 후엔 반드시 '믿음이' 따라야만 한다는 압박이 들곤 하니까. 생각을 더 정리하고 기다려봐야겠다.
::: 이야기 여덟, 이것이 우울증 초기 증상? 하지만 아직은 괜찮아!
일을 하던지 놀던지 지독히 지루하고, 지독히 무료하고, 또 지독히도 외로울때가 있다.
견뎌내고 있고, 어떻게든 2년을 이겨낼거라 생각하지만 마음이 다스려지지가 않아 이런 나 스스로에게 화를 낼때도 있다. 지루하려고, 무료하려고, 또 마냥 외롭기위해 이곳을 이렇게 온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계속 스스로에게 주문을 건다. 한국에 있을때처럼.
잘 할거라고, 또 모든 것들이 다 잘 될 거라고, 그리고 난 할 수 있을거라고,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거라고.
이렇듯 주문을 걸고, 또 좋아하는 음악을 잔뜩 듣고 나면 조금은 안정이 된다. 너무 답답할땐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염없이 거리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걷고 또 걷고.'
이것만으로도 행복해질때가 있으니, 아직은 괜찮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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