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들이를 했다. 우리 기수 중에서는 내가 마지막 차례.
도대체 어떤 정신으로 요리를 했는지, 또 상을 차렸는지조차 잘 기억나질 않는다. 말 그대로 혼이 나갔었던. 이렇듯 나는 집들이 내내 정신이 없었었다.
손님들을 웃음으로 배웅하고선 가만히 거실에 서서 방을 바라보았는데, 웃긴건 그다지 막막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는 것. 그런데 이루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에 음악을 크게 틀어놓곤 캔 맥주 하나를 따서 마셨다. 그리고는 조금은 술기운으로 집들이 전보다도 훨씬 더 깨끗하게 집을 치웠다. 새벽 두시 넘어서까지.
집을 치우는 내내 내가 무슨 생각을 골똘히 했던 것은 같은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조차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고, 또 오늘 아침 내가 바라본 우리집은 너무나도 낯설었으며, 창 밖의 날씨는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져내릴듯 짗은 회색빛 하늘에 꽤 우울한 날씨였다.
이 모든게 싫지만 나름대로는 좋은 느낌. 이것을 설명 할 수 있을까? 어쨌든 피곤함에 출근시간까지 늦잠을 자고는 일어나 어제 남은 샐러드를 먹다가 선물로 받은 선인장 화분에 글씨를 썼다.
2007. 10. 25.
“집들이 선물로 받다.”
이렇듯 무언가를 기억하거나 기념을 하려 날짜를 쓸땐 늘상 생각해본다.
‘2008년 10월 25일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2006년 10월 25일의 나는 어떤 모습이었지?’
이런 생각에 물끄러미 먼지가 많이 탄 일기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늘 하던대로 중얼거린다. ‘일기를 써야지’라고. 늘상 다짐이란 것을 하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는 이것. 나에게는 역시 일기고 글이다. 나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글로써 쓰는)고백병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조금은 다른 다짐병이란게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오늘도 익숙하지만 낯선 풍경들과 나의 다짐들 뿐이니까.
어제의 우울함과 눈물은 깨끗이 잊고,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다짐. 바로 앞을 향한 다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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